사선변호인이 있는데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구속의 효력이 부인된 사례 (위법한 구속, 2018노1617) (2)



다) 피의자심문 절차에서 사선변호인 조력권이 가지는 중요성

수사기관의 구속은, 피의자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한 상태에서 피의자신문의 방식으로 피의자를 조사하는 등 적정한 방법으로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대인적 강제수사의 일종이다.

다만 이는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대하여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한다거나(제12조 제1항), "구속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2조 제3항)라는 등 구속에 관해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그와 같은 헌법의 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현행 법 제201조의2 제1항 본문은 "제200조의2·제200조의3 또는 제212조에 따라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한다."라고 정함으로써 전면적·필요적인 피의자심문 절차, 즉 수사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법관에 의한 영장실질심사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체포 상태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에게는, 통상 여러 단계로 이루어지는 각종 형사사법절차 중 다른 어떤 절차에 비하더라도(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공소의 제기 이후 이루어지는 공판절차보다도), 위와 같은 피의자심문 단계가 변호인의 법적 조력이 가장 절실하고 긴요한 때라고 보아야 한다. 앞서 본 대로 형사소송규칙에서 변호인이 피의자심문 시작 전에 피의자와 접견하거나 구속영장청구서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정함과 아울러 피의자가 심문 도중에도 변호인에게 조력을 구할 수 있다는 취지를 명시한 것은, 변호인의 활동을 충분히 보장함으로써 피의자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피의자심문 단계에서 실질적인 법적 조력이 제공되도록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피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선임한 변호인이 설령 구속영장의 청구 이전에 여러 변호활동을 펼쳤다 하더라도(예컨대 수사기관에 피의자를 위한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에 참여하는 활동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정작 체포된 피의자의 구금 여부가 결정되는 피의자심문 기일의 일시·장소 등을 통지받지 못해 판사가 진행하는 심문절차에서 변호활동을 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한 채 국선변호인의 참여하에 피의자심문이 이루어졌다면, 피의자는 자신이 선임한 변호인으로부터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 중에서도 핵심적·본질적 부분을 침해당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피의자심문의 중요성이나 의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체포 피의자의 지위나 그 심문절차가 피의자에게 미치는 영향, 미리 선임된 사선변호인과 나중에 선정된 국선변호인의 변호준비기간 차이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가 그 자신이 선임한 변호인 대신 법원이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국선변호인의 참여 아래 피의자심문에 임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은 피의자의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그 절차적 흠결이 상쇄된다고 할 수 없다.







라) 체포된 피의자를 조력할 사선변호인의 권리

한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은, 피의자(피고인)를 위한 변호인의 활동이 충분히 보장됨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7. 11. 27. 선고 94헌마60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구속자의 권리는 피구속자를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게 되므로, "조력을 받을 피구속자의 기본권"과 표리의 관계에 있는 "피구속자를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 역시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03. 3. 27. 선고 2000헌마47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체포된 피의자가 선임한 변호인에게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할 피의자심문기일이 통지되지 않음으로써 그 변호인이 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못하고 그 심문을 대비하는 변호활동을 할 기회도 상실하였다면, 이로써 피의자 본인이 가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선임한 당해 변호인이 피의자를 조력할 변호인으로서의 권리 역시 침해당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마) 사선변호인 성명 기재 규정의 의미

위와 같이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 조력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하여 실무적으로는, 구속영장청구서에 피의자가 선임한 변호인의 존재가 나타나야 한다.

이를 위해 마련된 규칙 제93조 제1항, 제95조의2 제1호, 제95조 제2호의 규정은, 반드시 서면에 의하여 구속영장이 청구되어야 하고, 그와 같은 구속영장청구서에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있는 때에는 그 성명'을 '기재하여야 한다'라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아가 위와 같은 변호인 조력권의 헌법적 지위나 그 보장의 필요성, 피의자심문 절차의 중요성과 그 의미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이 있을 경우 그 변호인의 성명은 단지 구속영장청구서가 공문서로서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기재되어야 하는 임의적·무익적 기재사항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는 간과되어서는 안 될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판사는 피의자의 변호인에게 심문기일과 장소를 통지하거나(법 제201조의2 제3항),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법 제201조의2 제8항)해야 하는데, 이때 구속영장청구서에 사선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어 있는지 여부는, 해당 피의자가 '변호인이 없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에 따라 해당 피의자의 사선변호인에게 심문기일을 통지할지 아니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것인지 여부 등을 판단하는 바로미터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 기존 판례와의 비교

한편 대법원은 일찍이, '법 제282조의 필요적 변호사건에 있어서 선임된 사선변호인에 대한 기일통지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사선변호인의 출석 없이 제1회 공판기일을 진행하였더라도 그 공판기일에 국선변호인이 출석하였다면 변호인 없이 재판한 잘못이 있다 할 수 없고, 또한 사선변호인이 제2회 공판기일부터는 계속 출석하여 변호권을 행사하였다면 사선변호인으로부터의 변호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였다거나 사선변호인의 변호권을 제한하였다 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71 판결 참조).

그러나 이는,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변호인 없이 개정하지 못한다'거나 이 경우 '변호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는 법 제282조, 제283조의 해석론이 문제 된 사안에 대한 판결로서 이 사건과는 그 적용법조가 상이하다.


나아가 단 1회 그것도 구속영장 청구 다음 날까지 실시되어야 하는 체포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심문의 경우와 달리, 여러 번에 걸쳐 공판이 진행되었고 그중 한 번의 공판기일을 제외한 나머지 공판기일에서는 사선변호인의 변호권 행사가 있었던 사안에 대한 판결로 보인다. 따라서 위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에 원용할 것이 아니다.




4) 이 사건 피의자심문과 구속의 위법 여부 등(원심판단의 당부)

위 2), 3)항 기재와 같은 법령·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본다.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당시 규칙 제95조의2 제1호, 제95조 제2호의 규정과 달리 그 구속영장청구서에는 피고인 자신이 선임한 변호인의 성명이 기재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법 제201조의2 제3항과 달리 피의자심문 기일과 장소가 위 변호인에게 통지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피고인은 자신이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피의자심문에 임하였다. 그와 같은 피의자심문 절차에는, 당시 체포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가지는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위법이 있다.

나아가 위 변호인으로서도 피의자심문 기일 등을 통지받지 못함으로써, 규칙 제96조의20 제1항, 제96조의21 제1항이 정하는 체포 피의자와의 접견이나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서류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법 제201조의2 제4항과 같이 피의자심문 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하였다.


다만 검사는 증거인멸 또는 피의자나 공범 관계에 있는 자가 도망할 염려가 있는 등 수사에 방해가 될 염려가 있는 때에는 지방법원 판사에게 위와 같은 서류 중(구속영장청구서는 제외한다)의 열람 제한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지방법원 판사는 검사의 의견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그 전부 또는 일부의 열람을 제한할 수 있다(규칙 제96조의21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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