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안전관리자가 피난시설에 대하여 유지, 관리의무를 부담하는지? | 옥외 피난계단에 대한 유지·관리의무 | 소방공무원의 주점 지도·감독의무 (3)



 이 사건 주점의 주출입구 반대편에 위치한 제3비상구와 같이 다중이용업주가 법령상 의무 없이 임의로 설치한 비상구이더라도 그것이 폐쇄된 상태로 있을 경우 화재 시 그곳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하는 피난구유도등, 피난안내도 등과 일치하지 아니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신속한 대피에 혼란과 장애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에 소방공무원들로서는 이러한 유형의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소방검사를 할 때는 영업장에 설치된 비상구와 피난구유도등, 피난안내도 등이 서로 일치하여 피난을 원활히 유도하는 상태로 유지되는지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확인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소방공무원들이 3차례 소방검사에서 제3비상구가 폐쇄되고 그곳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하는 피난구유도등, 피난안내도 등과 일치하지 아니하게 됨으로써 화재 시 피난에 혼란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상태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이 사건 업주들에 대한 시정명령이나 행정지도, 소방안전교육 등 적절한 지도·감독을 하지 아니한 것은 구체적인 소방검사 방법 등이 소방공무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소방공무원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2011년 소방검사에서 제2비상구와 그곳으로 연결된 통로가 사실상 폐쇄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이 사건 주점에 설치된 피난통로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소홀히 한 직무상 의무 위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부산진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들이 이 사건 건물에 대하여 소방검사를 실시하면서 화재 시 인명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는 다중이용업소인 이 사건 주점의 비상구와 피난시설 등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함으로써 각 방에 부착된 피난안내도에 표시되어 있는 제2비상구와 제3비상구가 사실상 폐쇄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고, 그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유 설시에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없지 아니하나, 소방공무원들의 위와 같은 직무상 의무 위반과 그 위법성이 인정된다는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법'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할 때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직무상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을 비롯한 행동규범의 목적이나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앞서 든 대법원 2005다48994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화재 당시 제2비상구가 사실상 폐쇄되어 있었다는 사정은 망인들의 대피에 현실적인 장애가 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심판결 이유 중 그것이 망인들의 사망을 초래한 하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처럼 설시한 부분은 적절하지 아니하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즉 ① 이 사건 화재 당시 종업원 소외 3이 발화지점인 24번방의 문을 연 순간부터 그곳에서 나온 유독가스와 연기가 영업장 내 복도를 통하여 급속히 확산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 주점에 설치된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작동하지 아니하여 비상경보를 울리지 아니하였다.


 ② 주출입구 반대편에 위치한 제3비상구 바로 옆에 있는 25번방에는 12명의 손님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종업원 소외 4가 뒤늦게 대피하라는 말을 전달하는 바람에 연기가 자욱한 복도를 통하여 대피를 시도하게 되었고, 그중 8명이 주출입구 쪽으로 가는 최단거리 피난통로를 찾지 못한 채 복도를 길게 우회하여 가다가 복도 중간에서 유독가스와 연기를 다량 흡입하여 사망하였다. 이에 비하여 종업원 소외 4는 25번방에서 주출입구 쪽으로 가는 최단거리 피난통로를 손님들에게 안내하지 아니한 채 혼자 그 통로를 통하여 주출입구 밖으로 대피하였다.


 ③ 19번방 손님들은 19번방 앞 복도 쪽으로 연기가 밀려들기 직전에 화재사실을 알고 대피하기 시작하여 8명 중 7명은 생존할 수 있었으나 그중 소외 5는 19번방에서 주출입구 쪽으로 가는 복도 중간에서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하였다. 소외 5는 주출입구 쪽과 제3비상구 쪽에서 연기가 급속히 밀려오는 상황에서 대피방향을 찾지 못하다가 유독가스를 다량 흡입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 사건 화재 당시의 구체적 상황과 망인들의 사망 경위 등을 토대로 소방공무원들이 이 사건 주점에 대한 소방검사 등 과정에서 그 직무상 의무를 다하였다면 망인들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인지에 대하여 본다. 


우선 소방공무원들이 소방검사 당시 이 사건 주점의 피난통로와 비상구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점검을 다하여 제3비상구가 폐쇄되는 등으로 피난에 혼란과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상태임을 발견하였다면 이 사건 업주들에 대한 행정지도 등을 통하여 제3비상구를 다시 개방하도록 조치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로써 화재 시 제3비상구 바로 옆에 있는 25번방 등에서 제3비상구를 통하여 보다 용이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하였을 것이다. 설령 제3비상구를 다시 개방하도록 하지 아니하더라도 적어도 다중이용업소법 제9조 제2항에 따라 법령상 기준에 맞지 아니하게 된 피난구유도등과 피난안내도 등을 모두 주출입구와 그쪽에 몰려 있는 다른 비상구로만 신속히 대피하도록 유도하는 상태로 정비하는 조치를 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방공무원들이 제3비상구뿐만 아니라 주출입구 옆에 위치한 제2비상구까지 폐쇄되어 있는 등 여러 법령 위반 사실을 적발하였다면 이 사건 업주들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여 다중이용업소법 제8조 등에 따라 이 사건 업주들과 그 종업원들로 하여금 소방서에서 실시하는 소방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소방공무원들이 이 사건 업주들에 대하여 이와 같이 필요한 지도·감독을 제대로 수행하였더라면 이 사건 화재 당시 손님들에 대한 대피조치가 보다 신속히 이루어지고 피난통로 안내가 적절히 이루어지는 등으로 망인들이 25번방 바로 옆에 있는 제3비상구 쪽으로 대피할 수 있었거나 주출입구 방향으로 곧바로 대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망인들이 대피방향을 찾지 못하다가 복도를 따라 급속히 퍼진 유독가스와 연기로 인하여 단시간에 사망하게 되는 결과는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소외 5 역시 종업원들의 보다 신속한 대피조치가 이루어지거나 주출입구 쪽으로 곧바로 대피하도록 안내를 받았다면 다른 일행과 달리 혼자서 대피통로를 찾지 못하여 사망에 이르지는 아니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사정과 더불어 소방공무원에게 소방검사 등 단속권한을 부여한 것은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려는 소방시설법의 취지와 헌법 제34조 제6항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인 점, 이 사건 피해의 경위와 그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앞서 본 소방공무원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망인들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원심은 같은 취지에서 소방공무원들이 화재 시 인명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는 다중이용업소인 이 사건 주점의 비상구와 피난시설 등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함으로써 이 사건 주점의 피난통로 등에 앞서 본 중대한 피난 장애요인이 있음을 발견하지 못하여 이 사건 업주들에 대한 적절한 지도·감독을 하지 아니한 직무상 의무 위반과 망인들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2, 피고 3, 피고 4, 피고 5, 피고 6, 피고 7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하며, 원고들과 피고 부산광역시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이상훈(주심) 김창석 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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