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에 특수조건을 부가하여 제한한 사례 (국가계약법) | 2011나75203 한국토지주택공사 LH (2)
3. 상고이유 제4점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이후 환율이 원고들의 예상과 다른 방향과 폭으로 변동함으로써 원고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도급계약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금액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상고이유 제1점, 제2점에 관한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창석의 보충의견,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이 있다.
5. 상고이유 제1점, 제2점에 관한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국가와 계약상대자가 물가변동 또는 환율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국가계약법령 규정과 달리 약정을 체결하더라도 계약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 한 무효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국가가 스스로 따르겠다고 제정한 법령을 명백히 위반하여 체결한 계약을 유효라고 하는 것으로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 상세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나. 계약 등 법률행위의 당사자들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법률행위의 유·무효를 판단하면 된다.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그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이와 달리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 행위에 대한 사회적·경제적·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그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특히 법률행위의 양쪽 당사자를 규율하는 법령을 위반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법률행위를 무효로 보아야 한다.
한쪽 당사자를 규율하는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보호를 고려하여 그 법률행위의 효력을 판단하여야 하는데, 그 법령의 주된 목적이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를 위반하는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
법질서는 모순이 없어야 한다. 한쪽에서는 금지하고 다른 쪽에서는 허용한다면 수범자로서는 어느 법률을 따라야 할지 알 수 없다. 법률에서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를 유효라고 한다면 이는 법질서의 자기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별히 인정해야 할 다른 이유가 없는 한 억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률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위에서 본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도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에서는 원칙적으로 그 효력을 부정함으로써 법질서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다. 국가계약법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으로써 계약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제1조).
이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공공계약에 관한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계약법 제19조는 '물가변동 등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이라는 제목으로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제조·용역 기타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의 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 제1항 전문(전문)은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법 제19조의 규정에 의하여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90일 이상 경과하고 동시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때에는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정하고,
각 호에서 입찰일을 기준일로 하여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산출된 품목조정률이나 지수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된 때 계약금액이 조정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4조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과 관련하여 품목조정률과 이에 관련된 등락폭·등락률의 산정방식, 지수조정률 산정방식, 그리고 이를 적용한 조정금액의 산출방식 등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 제7항은 2008. 12. 31. 개정 당시 신설된 것으로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환율변동을 원인으로 하여 제1항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요건이 성립된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계약법령은 물가변동이나 환율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의 요건과 효과에 관하여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다.
공공계약 체결 후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 품목 등의 가격이 물가변동이나 환율변동으로 급격하게 상승하면, 상대방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계약의 이행을 중단·포기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계약을 부실하게 이행할 우려가 있다. 반면 물가변동이나 환율변동으로 위와 같은 품목 등의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면,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공공계약의 특성상 국가나 공공기관의 예산이 불필요하게 과다 집행될 수 있다.
물가변동이나 환율변동으로 인해 계약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좌절되거나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들지 않도록 하고 적정 예산이 집행되도록 하려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계약담당공무원에게 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 품목 등의 가격 변동을 반영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도입된 것이다.
공공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약정으로 물가변동이나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미리 배분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계약법 제19조는 그러한 약정을 허용하는 것보다 조정을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법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이 헌법에 반한다거나 감당할 수 없이 부당한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국가와 그 상대방은 이에 따라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은 '물가의 변동이나 환율변동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라는 법률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고 그 요건에 관해서는 법률의 위임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요건의 해석·적용과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있는 세부적인 규율을 통하여 계약금액 조정을 둘러싼 부당한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은 공공계약에 대하여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 또는 효력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공계약의 당사자인 국가와 그 상대방은 공공계약 체결 이후 물가변동이나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의 위험을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배분하기 위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하여야 하고, 이를 배제하는 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결론은 다음에서 보듯이 법규정의 문언에서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계약과 국가계약법의 성격, 입법 경위에서 알 수 있는 입법자의 의사, 법규정의 체계와 목적 등에 비추어 보아도 타당하다.
(1) 법령해석의 출발점은 문언해석이다. 법령의 문언과 달리 해석을 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에 허용된다. 특히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국가계약법령은 위에서 보았듯이 물가변동이나 환율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한다'고 정하고 있다. '조정한다'의 의미는 어감의 차이만 있을 뿐 일반적으로 '조정하여야 한다'와 같은 뜻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가능 또는 재량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한다'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에서 나올 수 있는 의미, 즉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난다. 그리고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는 것은 계약의 유·무효와 마찬가지로 '조정(조정)'이라는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의미에서 계약의 효력을 정한 것이다.
이 점에서 행정법규에서 개인이나 단체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할 뿐이고 그 위반행위의 효력을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와는 다르다. 따라서 국가계약법령의 문언에 비추어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물가변동이나 환율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권리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은 명백하고, 이와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국가계약법령의 성격, 체계, 입법의도와 목적을 살펴보아도 이러한 문언해석을 뒤집을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이러한 문언의 의미와 다르게 법령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보호할 헌법상 기본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추구해야 할 가치나 이념이 있는 것도 아니다.
(2) 공공계약 자체는 사법의 영역에 속하고 그 성립, 이행과 소멸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법 규정이 적용된다. 그러나 공공계약이 사인 간의 계약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거나 공공계약에서 국가 등이 사인과 동일한 지위에 서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일반 사인 간의 사법상 계약과 달리 공공계약과 관련한 재원은 국민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그런데도 계약담당공무원이 항상 '최선의 계약 체결'이라는 동기를 갖는 것은 아니므로 부패와 비리, 자의와 전횡을 막기 위해 엄격한 법적 규율이 필요하다.
국가 등이 계약당사자인 경우에는 일반 사인 간의 계약과 달리 그 계약조건은 경비의 절감 못지않게 계약이행 결과의 건전성, 품질과 안전의 확보 등 공공 일반의 이익까지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3다23617 판결 참조).
현실적 측면에서 보면 공공계약의 상대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달리 대금의 수령에 관한 위험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계약의 내용이 형평을 잃거나 부당한 점이 있더라도 이를 감내하고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공공계약의 상대방을 누구로 정할지는 경제와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공공계약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된다.
이와 같이 공공계약에는 사법상의 계약과는 구별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공공계약을 규율하는 국가계약법령은 계약체결 단계부터 계약 내용의 성립과 실현에 이르기까지 공공성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공익을 실현함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국가계약법령은 계약법을 보충하여 계약담당공무원의 재량을 적정하게 제한하고 통제하기 위하여 공공계약에 직접 적용될 것을 전제로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규정은 국가 등이 체결하는 계약에 당연히 적용되고 이를 배제하는 약정은 무효라고 보는 것이 공공계약의 특성에 부합한다.
(3) 국가계약법령 규정은 주로 공공계약의 방법과 절차, 공공계약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 등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규정'은 이미 체결된 공공계약 내용을 일부 조정하도록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에게 의무를 부여하면서, 변경될 계약의 내용을 직접 규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규정들과 구별되는 특색이 있다.
이는 공공계약에서 국가와 그 계약상대방의 거래상 지위의 차이와 그 남용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민사법 원리를 일부 수정하여 계약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무원의 재량을 통제하여 계약의 이행과 실현 과정에서 공공성을 유지·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중앙관서의 장 등에게 계약금액 변경에 관한 공익적 조정자 역할을 부여한 법령 규정을 무력화하거나 그러한 규정을 사전에 배제하는 약정은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규정을 단순히 이른바 행정기관의 내부적 규율이나 예산 관련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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