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에 특수조건을 부가하여 제한한 사례 (국가계약법) | 2011나75203 한국토지주택공사 LH (4)


 


나.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행복추구권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포함되며,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사적 자치의 원칙이 파생된다.


 또한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하여 우리나라의 경제 질서가 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사적 자치의 원칙은 시장경제질서의 기초가 되는 헌법상의 원리이다. 이러한 사적 자치의 원칙이 법률행위의 영역에서 나타난 형태인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의 체결 여부, 계약의 상대방, 계약의 방식과 내용 등을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하는 자유를 말한다. 


이는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저마다 자유로운 경쟁 아래 최적의 계약조건을 탐색하고 자신의 조건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 끝에 서로 간에 의사가 합치되는 지점을 찾아낸 경우 그 지점에서 계약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효율적인 의사결정 방법이 된다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서, 각자의 의사결정으로 인한 이익 또는 불이익을 스스로 향유 또는 부담하도록 하는 자기책임 원칙의 전제조건이 된다.


물론 사적 자치의 원칙 또는 계약자유의 원칙은 무제한의 절대적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공공복리 또는 정의나 형평의 관념 등에 기초하여 제한되거나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질서 아래에서 국가의 개입은 경제활동을 시장에만 맡겨둘 경우 경제적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거기에서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때에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국가의 개입이 언제나 효율성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계약자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공공복리 또는 정의나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없는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상황임에도, 계약의 본질적 부분인 급부와 반대급부의 등가관계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통제라는 방법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이는 사적 자치를 근본적으로 허무는 것이어서 우리의 헌법질서 아래에서 쉽사리 정당화될 수 없다.


다. 공공계약도 기본적으로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당사자가 서로 대등한 지위에서 물가변동의 개연성을 비롯한 다양한 위험부담을 저울질하여 물품이나 용역의 대금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합의하였다면, 다른 사법상 계약과 달리 한쪽 당사자가 국가 등이라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계약금액에 관한 합의를 무효로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국가계약법령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은 당사자의 합의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고 반대의견과 같이 계약상대자에 대하여도 직접적인 효력을 갖는 강행규정으로 해석할 경우 개별 계약의 구체적 특성이나 약정의 내용 등과 무관하게 언제나 일률적으로 위 조항이 적용됨으로써 계약의 목적이나 위험의 합리적 분배 등 제반 사정에 대한 심사숙고 끝에 당사자가 내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국가 등이 함부로 무효로 돌리는 것이 된다. 이는 사적 자치의 핵심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와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4조는 품목조정률이나 지수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된 때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단일 품목을 전부 수입하여 구매하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환율의 등락폭이 3% 이상이 되면 계약금액을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3% 정도의 환율등락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그때마다 계약금액의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법원이 개입하여야 한다면 종국적으로 당사자에 의한 가격결정이 법원에 의한 가격결정으로 대체된다. 


이와 같은 일이 계속된다면 공공계약의 상대자로서는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을 강구하거나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유인이 없으므로, 국가 등이 아닌 다른 거래상대자와의 사법상 계약에서와 달리 비효율적이고 방만하게 업무를 처리하게 되기 쉽다. 이는 국가 등의 재정부담 증가와 기업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오며, 궁극적으로 왜곡된 자원의 배분으로 이어지고 경제의 활력이 위축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라. 개별적·구체적인 사안에서 계약상대자의 보호와 계약정의의 실현에 대한 요청은 반대의견과 같은 위헌적인 해석을 따르지 아니하더라도, 다수의견에서 살펴본 것처럼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국가계약법령 및 관계 법령에 규정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에 근거하여 통제를 하여도 충분히 충족될 수 있다.


마. 헌법은 최고규범으로서 법률해석의 기준이 되므로 어떠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그 문언상 위헌적인 해석과 합헌적인 해석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위헌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합헌적인 해석을 함으로써 가능한 한 법률조항을 유효하게 유지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반대의견은 위헌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으므로 따를 수 없고 합헌적인 해석으로 이해되는 다수의견에 따르고자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이상과 같이 보충의견으로 밝혀둔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희대의 보충의견


가. (1)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 규정에 위반하여 법률행위가 행하여진 경우에 그 법률행위가 무효인지 여부는 당해 규정이 가지는 넓은 의미의 법률효과에 관한 문제로서 그 규정의 해석에 따라 정해진다. 그 법률행위의 무효 여부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이 있다면 당연히 이에 따라야 할 것이나, 명문의 규정이 없다면 그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의 목적과 의미를 고려하여 그 무효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참조). 


이와 같이 그 법률행위의 유·무효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경우 그 법률행위의 무효 여부는 해당 법률의 해석 문제로서 법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법원이 그 법률행위를 유효라고 판단하더라도, 이는 법질서 내에서 법원에 주어진 법률 해석 권한에 기초하여 판단한 것으로서, 그러한 판단이 법질서의 모순을 초래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종래 의무규정 또는 금지규정에 위반되는 법률행위의 사법상(사법상)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 태도를 유지하여 왔다.


 대법원이 해당 규정의 해석에 따라 그 법률행위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한 사례는 많이 있다(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다카1288 판결, 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28604 판결, 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다38199 판결, 대법원 1997. 8. 26. 선고 96다36753 판결, 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다20434 판결, 대법원 2000. 11. 14. 선고 2000다38817 판결,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다18940 판결,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5337 판결,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9677 판결 등 참조).


(2) 국가계약법 제19조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제조·용역 기타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의 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이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 대신 '조정한다'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위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약정을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1995. 1. 5. 법률 제48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는 원사업자가 제조 등의 위탁을 한 후에 발주자로부터 설계변경 또는 경제상황의 변동 등의 이유로 추가금액을 지급받는 경우 동일한 사유로 목적물의 완성에 추가비용이 소요되는 때에는 그가 받은 추가금액의 내용과 비율에 따라 '하도급대금을 증액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위 문구에도 불구하고 위 조항에 위반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다20434 판결 참조).


(3)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국가계약법령과 관계 법령에 규정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은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국가계약법령의 규정과 다른 내용의 약정을 체결한 경우 그 약정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인지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체결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다15695 판결,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다206270, 206287 판결 참조).


(4)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환율변동의 경우 전문가들조차 그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려우므로, 환율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을 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이 누구에게 유리한지는 계약 당시 당사자 쌍방 모두 알기 어렵다. 


또한 위 배제 약정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계약상대자에게 부담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므로, 계약상대자로서는 그 회피 수단의 사용 여부 및 그 비용 등을 고려하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환율변동을 원인으로 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계약담당공무원이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거나 계약금액 조정의 책무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1) 법률이 특정 사안과 관련하여 하위 법령에 위임을 한 경우에 모법의 위임범위를 확정하거나 하위 법령이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법률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규정 내용, 규정의 체계,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위임 규정 자체에서 그 의미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위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그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하위 법령의 내용이 모법 자체로부터 그 위임된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하는지, 수권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의미를 넘어 그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하여서 위임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2. 20. 선고 2011두3087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국가계약법 제19조는 물가의 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동을 계약금액 조정 사유로 특정하면서 그 조정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 제1항 전문(전문) 및 제1호, 제2호는 위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품목조정률이나 지수조정률이 100분의 3 이상 증감된 때라는 계약금액 조정의 기준을,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4조는 위 시행령의 위임에 따라 품목조정률과 지수조정률의 산정방법 등을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형식과 내용, 체계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국가계약법 제19조의 수권을 받은 시행령에 정해질 내용은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기준 및 방식에 관한 것이라고 예상될 뿐, 환율변동이라는 계약금액 조정 사유를 정하는 내용까지 규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환율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사유를 법률에 규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거나, 세부적·기술적·가변적인 사항이어서 이를 법률의 형식으로 규정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 제7항으로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환율변동을 원인으로 하여 제1항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요건이 성립된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는 규정을 신설한 것은 모법조항의 위임 없이 이루어진 것이거나 모법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그 효력이나 구속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3) 다수의견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 제7항의 효력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환율변동을 원인으로 한 계약금액의 조정을 배제하는 이 사건 특약이 유효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 제7항은 무효이므로, 더더욱 이 사건 특약은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점에서 보더라도 원심이 환율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한 데에 무슨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가 없다.


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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